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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문드문 쓰게 된 글

... 그 중 <해피니스>는 올해 네마프의 주제인 '디지털 무빙이미지의 윤리학'과 깊이 공명한다. 데스크톱 시네마 형식의 작품으로, 현대인의 심리와 미디어 경험, 전 지구적으로 중첩되는 폭력과 불안의 풍경을 윤리적 시선으로 직조한다. 암스테르담 시위와 경찰 폭력, 중동 분쟁을 실시간 SNS 피드로 바라보는 화자와 그가 겪는 수면 장애는 정보 과부하 시대의 스트레스를 고스란히 반영한다. 디지털로 인해 더욱 글로벌해진 이 시대의 관객이라면 누구나 화자에게 쉽게 이입하며, 작품 속 상황에 공감할 것이다. '화면을 바라보는 일은 정치적 참여일까, 아니면 사건을 소비해 버리는 태도일까.' 이런 질문이 떠오를 즈음, 작품의 마지막에 등장하는 숙면을 위한 수면제 성분이 아프리카 식민 착취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밝혀진다. ...

Among these works, happiness resonates profoundly with this year’s NeMAF theme, “The Ethics of Digital Moving Images.” Presented as a form of desktop cinema, it intricately weaves together a portrait of contemporary psychology and media experience, viewed through an ethical lens that navigates the overlapping landscapes of violence and anxiety worldwide. The narrator’s sleeplessness, intensified by watching live social media feeds of protests and police brutality in Amsterdam, along with conflicts in the Middle East, reflects the strains of living in an era marked by information overload. In our highly digitalized world, where connectivity fosters a sense of global community, audiences can readily empathize with both the narrator and the situations depicted. The work provocatively ponders: “Is looking at a screen a form of political engagement, or merely a way of consuming events?” As this question arises, we learn that the chemical components of the narrator’s sleeping pills trace back to Africa’s colonial exploitati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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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죠니의 “안전장치 만들기” 스터디는 안전한 삶과 업무 환경에 대해 고민하는 4회차 프로그램이자 모임이에요. 여기서 ‘안전’은 주로 업무나 관계에서 발생하는 갈등 문제, 차별 등으로부터의 안전을 말해요.

이 주제에 대해 고민하기 시작한 건 개인적인 경험 때문이에요. 작년엔 어떤 분에게 성희롱을 당했어요. 기획자의 역할을 먼저 생각해서 문제 제기하는 대신 덮고 가는 쪽을 택했어요. 제 스스로 기준점이 없어서 미숙한 대처를 했어요. 당시 아는 독립 프로듀서와 상황을 나눴는데 저의 고충을 바로 이해하시면서 “프리랜서 기획자로 일할 때 안전장치가 없을뿐더러, 다른 이들의 상황을 안전하게 하는 역할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지키기가 매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어요. 일을 마무리하고 나서 몇 주 동안 매일 악몽에 시달리며 지냈어요. 아차 싶었어요.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말이 그간 이런 일이 덮어지고 용인되는 현재를 만들었구나! 비슷한 상황을 다시 마주해도 흔들리지 않을 내 기준점과 안전장치를 스스로 만들어야겠다!’ 싶었죠.

‘안전장치 만들기’ 스터디의 목표는 ‘경험을 반면교사 삼아 더 나은 나와 내 미래를 만들자!’였어요. 스터디에 함께 해주신 분들이 각자의 삶의 영역에서 그간 풀리지 않았던 고민들의 실마리를 찾아가셨으면 해요. 이를 개선할 수 있는 방안까지 찾아내셨다면 더 좋겠고요. 저는 함께 만든 매뉴얼 보다 이 과정을 통해 앞으로 다르게 삶을 살아갈 ‘우리’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공동의 약속을 같이 이야기하고 서로 배려할 수 있는 인식을 넓혀 나가는 것을 통해 우리 사회의 인지 수준을 높여, 서로 다르기 때문에 범할 수 있는 오차 범위를 줄여갈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요. 이런 논의를 활발히 해 나아간다면 더뎌도 차차 변화하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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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이전에도, 원래 있었어야 할

기획자를 위한 지원사업, 서울문화재단
포스트코로나 190시간 기획자 기고글, 2021

기획이란 계획과 구상, 아이디어를 짜내는 일이며, 실상 풍부한 배경지식과 리서치를 통한 아이데이션이 필요하고, 이 계획을 실현하는 데도 많은 에너지가 듭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획 업무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이를 보상하는 방안이 상대적으로 미흡하다고 생각됩니다. 이는 기획이 중요성을 알면서도, 무형의 아이디어, 비물질이라는 특성 때문에 보상되는 가치 책정을 잘 하지 않는 사회적 습관 때문이라 생각됩니다. 특히 독립 기획자는 더욱더 스스로의 노동과 가치를 인정받거나 주장하기 어려운 위치입니다. 발표에 초점이 맞춰진 지원사업에서 실제 진행비를 집행하고 나면, 기획자에게 책정할 인건 사례비가 넉넉하지 않거나 없습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재단 지원사업에서 지원자 당사자(대개 기획자 또는 작가)에 대한 본인 사례비 책정이 불가능했던 적도 있습니다.

© Jungsuh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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